롯데그룹이 최근 극심한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전례 없는 규모의 경영진 교체를 단행했다. 28일 발표된 인사에서 무려 18명의 CEO가 교체되었는데, 이는 롯데그룹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인사로 기록되었다. 58개 계열사 중 18개, 즉 3분의 1에 가까운 계열사 대표이사가 동시에 물러나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롯데케미칼, 롯데면세점,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들도 이번 인사의 영향권에 포함되었다. 전체 임원의 22%가 퇴임하면서 그룹의 강력한 쇄신 의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롯데그룹의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화학 부문과 호텔 부문에서 대규모 교체가 이루어졌다. 화학 부문에서는 13명의 CEO 중 10명이 교체되는 등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 1~3분기 누적 적자가 66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호텔롯데 또한 롯데면세점, 롯데호텔, 롯데월드 등 주요 사업 부문의 대표이사가 전원 교체되었다.
이번 인사에서 신동빈 회장의 아들인 신유열 전무의 부사장 승진도 눈길을 끌었다. 신 부사장은 3년 연속 승진하며 신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이끌 핵심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롯데지주 이동우 부회장을 비롯한 4명의 부회장단은 유임되어 그룹 경영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경영 체질 개선과 구조 조정을 가속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롯데쇼핑은 15년 만에 7조 6000억원 규모의 토지 자산 재평가를 실시하여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대한 은행 보증 강화를 위해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는 등 재무 안정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